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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U | 1q #2 응원봉은 뭘까요?

Writing  ✺  MerchRoundup

'응원봉'은 뭘까요?

예전 회사에서 개발했던 응원봉을 가지고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하려고 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응원봉이 많이 대중화되어 있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응원봉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죠. 그래서인지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 응원봉을 출품하려고 할 때 어느 분야로 출품해야 하는지, 응원봉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했었습니다. 지금처럼 K-POP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을 때도 아니었고, AI의 도움을 받아 영작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었죠.

결국 응원봉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였고 그러다 보니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응원봉에 대해 한 번쯤 정리하고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Merch Roundup에서는 제가 직접 진행했던 응원봉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응원봉과 비슷한 것들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좋아하는 가수들을 응원할 때 가수의 상징색을 활용한 풍선을 흔들며 응원했었어요. 예전에 H.O.T의 흰색 풍선, 젝스키스의 노란색 풍선, G.O.D의 하늘색 풍선 등이 있었습니다. 가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풍선에 사용할 수 있는 색이 제한적이다 보니 기본 형태의 야광봉을 사용하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가수 SE7EN 씨의 응원봉이 처음 유니크한 형태를 띠며 나왔습니다. 그 이후 본격적인 모양을 갖춘 빅뱅의 응원봉이 나왔죠. 한국에서 응원봉이 활성화된 건 그 이후인 것 같아요.

아, 그러고 보니 국내 엔터사의 굿즈를 판매하는 거의 최초(?)의 온라인 몰인 YG e-shop(현 YG SELECT)도 SE7EN의 굿즈인 향수를 판매하려고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다뤄보겠습니다.​

어쨌든 SE7EN으로 시작해서 빅뱅의 응원봉이 출시되었습니다. 빅뱅과 팬클럽 VIP의 상징인 왕관 형태로 응원봉이 나왔고 이후 2NE1을 비롯해 많은 아티스트의 응원봉이 출시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단순히 풍선 형태의 아티스트와 팬의 색상을 상징하는 응원도구였다면, 응원봉은 그 아티스트와 팬들의 심볼을 상징하는 응원도구인 것 같습니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된 것이죠.

요즘에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응원봉을 갖고 있습니다. 응원봉도 색을 바탕으로 만들다 보니 색이 겹치는 이슈가 발생하고 그것이 또 팬들끼리의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그래서 최근엔 중앙제어 컨트롤을 통해 공연 무대의 조명으로 사용하기도 하면서 겉이 투명한 응원봉이 많이 나옵니다. 속에는 아티스트와 팬을 상징하는 상징물을 넣는 형태로 가고요. 또 지금은 단순한 형태의 응원봉에서 그치지 않고 발광부 안에 여러 가지 소재들을 넣어 커스텀하는 것들이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응원봉 밖을 꾸미는 것도 팬들 사이에서는 많이 합니다.​

응원봉은 아티스트를 덕질할 때 가장 먼저 구매하는 굿즈입니다. 보통 우연히 무대를 보거나 노래를 듣거나 아니면 아티스트가 출연한 방송을 보면서 관심이 생기면 노래를 찾아 듣게 되고, 무대나 방송을 더 찾아보게 되고, 공연을 보거나 팬사인회를 가게 됩니다. 팬들은 중간중간 가벼운 굿즈들을 구매하거나 구하지만, 공연을 보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굿즈를 구매하게 되죠. 그리고 덕질을 본격적으로 할 때 가장 먼저 구매하는 굿즈는 응원봉일 경우가 많습니다. 본격적인 팬이 되기로 했다는 상징이기도 하고, 아티스트와 팬을 이어주는 일종의 매개체이면서도 무대를 볼 때 없으면 허전하고 섭섭한, 그런 덕질의 상징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응원봉

YG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을 때는 이미 빅뱅 응원봉 ver.3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응원봉을 도맡아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패키지 디자인과 상세 페이지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생산 업체를 바꾸면서 금형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제작 생산의 과정들을 옆에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빅뱅봉으로 시작한 응원봉 제작 경험

그렇게 빅뱅봉 ver.3에 대해 배우다가 G-DRAGON이 "ONE OF A KIND"로 컴백할 때가 다가왔었습니다. 앨범을 출시하고, 컴백을 하면 그 이후에는 공연을 하게 되었고, G-DRAGON만의 특별한 응원도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응원봉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응원봉을 새로 기획해서 디자인을 정하고 금형을 제작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고, 또 수량에 대한 부담도 컸습니다.

G-DRAGON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활용한 응원도구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평소 G-DRAGON이나 빅뱅 멤버들이 좋아했던 크롬하츠 반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응원봉에 G-DRAGON을 상징하는 반지 형태의 링을 끼우고, 그 반지에서도 빛이 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빅뱅 내에서 G-DRAGON을 특별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VIP 입장에서도 빅뱅의 G-DRAGON을 응원하는 기분을 낼 수 있게요. 이후 다른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하게 되면 그 멤버들마다 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슈로 G-DRAGON 링 이후 다른 아티스트의 링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나온 빅뱅봉 ver.4

빅뱅 응원봉 ver.3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왕관 끝 부분에 박히는 구슬이 너무 쉽게 빠지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물가상승률 대비 판매가가 많이 낮은 편이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YG에서 아티스트와 임직원들 모두 응원봉은 팬들을 위해 제작하는 형태였어서 굉장히 원가율이 높은 상태였죠. 그래서 버전을 바꾸며 가격을 조금 올리고, 외형 디자인과 특이한 기능을 추가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팬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응원봉을 만들어 판매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색상이 하나뿐인 뱅봉을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흰색과 검정 두 가지로요.

그리고 음악에 반응하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일정 음역 이상을 들려주는 스피커가 있다면, 그 음악에서 나오는 베이스 소리를 기반으로 응원봉의 밝기를 조절하는 모드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 도구의 발전을 풍선 → 응원봉 → 중앙제어형 응원봉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응원봉과 중앙제어형 응원봉 사이에 빅뱅봉 ver.4가 있었습니다. 응원봉은 음악을 듣고 무대를 즐기는 팬들을 위한 제품이었고, 무대에서의 감동을 음원을 통해 집에서도 느끼길 바라며 해당 기능을 넣었습니다.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 여러 대의 응원봉을 두고 테스트했을 때 꽤 멋진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반응 모드라고 붙인 이 모드를 위해 응원봉에 전원 스위치 외에 스위치를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응원봉이 ver.3보다 조금 더 길어지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 반응 모드는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집에서 응원봉을 켜고 음악을 들을 일이 많이 없었고, 핸드폰에서 나오는 소리로는 응원봉이 반응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그때 응원봉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흔히 사용하는 중앙제어모델 대비 운영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기능이었습니다. 마이크를 통해 알아서 음원을 듣고 미리 정해진 규칙대로 반응하다보니 공연 운영측면에서 들어가는 리소스가 거의 없거든요.​

빅뱅10주년 기념 헤드

그리고 빅뱅 10주년때가 되었습니다. 빅뱅 10주년에는 전시나 공연, 음원등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이 한번에 진행되었던것 같아요. 저희도 빅뱅 10주년을 기념할만한 응원도구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응원봉의 버전을 바꾸는건 또 쉽지 않았습니다. 팬들에게도 새 응원봉을 사게 만드는 부담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위에 헤드부분만 떼서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기판이 들어가지 않은 발광부의 커버 부분이다보니 응원봉 전체를 만드는것 보단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했어요. 그렇게 빅뱅10주년 응원봉 헤드가 탄생했습니다.

그 때부터 퇴사할 때까지 YG에서 나온 모든 응원봉과 응원봉 미니 키링, 응원봉의 헤드 등 다양한 응원도구들을 기획하고 디렉팅 했습니다.

뱅봉 v4와 빅뱅10주년 응원봉 헤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응원봉을 기획부터 디자인 디렉팅,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패키지 디자인, 기능 설정등등 다양한 부분을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을 하며 진행했습니다.

뱅봉 이후의 응원봉 제작 기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컸던것은 자부심이었습니다. 뱅봉이 국내에서 본격적인 응원봉으론 가장 첫 응원봉이었고, 그 형태나 상징성도 다른 응원봉들 대비 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에 나오는 응원봉들을 만들 때 특히나 더 아티스트와 팬들을 상징하는 심볼의 역할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부분만은 놓지 말자 생각했죠.​

예를들면 위너의 첫 응원봉은 WIN 프로젝트에서 승리한 WINNER에게 주는 트로피 형태로 제작 하였고, 아이콘은 데뷔 컨셉이 될뻔한 야구 배트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데뷔 컨셉이 중간에 농구로 바뀌어서.. 팬들은 왜 야구배트모양으로 나왔는지 몰랐을 거에요…) 젝스키스는 그들의 원래 상징인 풍선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블랙핑크의 뿅봉을 만드는건 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좀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중심을 잡고 응원봉을 만들다보니 확실히 타 기획사 응원봉보다 유니크한 형태로 나오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팬들의 규모가 어느정도 있다보니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던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심볼 부분에 힘이 많이 들어갔었고, 이는 YG의 응원봉은 무기(?)라는 전통이 생기기도 했었습니다.

또 일본은 항상 일본만의 독자적인 응원봉을 만들었었는데, 어느새부턴가 한국 응원봉의 모양을 따라 만들었었죠. 그리고 블핑때부턴 동일한 응원봉을 사용했었습니다. 응원봉의 본토에서도 또 디자인 분야에서도 수준높은 결과물들을 만드는 일본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마무리

응원봉에 대한 이야기는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보니 다음 이야기에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응원봉의 기능을 모 대기업을 통해 제안받았던 이야기나 블랙핑크의 뿅봉을 만들게된 이야기 등등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적어볼게요.

혹시나 YG 응원봉에 대해서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제가 아는 범위나 이야기 드릴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답변을 드릴테니 메일이나 SNS를 통해 많이 질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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